선박운용 효율 높이고 메탄올 추진선 발주 등 전사적 '저탄소경영'
바이오선박유 도입해 탄소배출 줄여...감축량을 독일 기업에 판매
국내외 조사기관에서 탄소 배출 관련 최우수선사로 잇따라 선정

HMM의 대형 컨테이너선. (사진=HMM)
HMM의 대형 컨테이너선. (사진=HMM)

[딜라이트닷넷=정호원 기자] 최근 글로벌 해운업계가 친환경 경쟁을 벌이고 있다. 종래에는 초대형선을 도입하여 운용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했다면 최근에는 친환경 선박 도입에 몰두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를 중심으로 환경규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앞으로 강화될 환경규제에 발목 잡히지 않고 영업활동을 지속하려면 지금부터 친환경 선박 도입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안된다.

국내를 대표하는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이런 국제적인 흐름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HMM은 2021년 국내 해운사 최초로, 글로벌 선사 중에는 두 번째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립했다.

탄소 배출 규제에 선제적 대응

수명주기가 수십 년에 달하는 선박의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을 이유로 보유 선단을 곧바로 교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선은 기존 선박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 동일한 연료를 사용했을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HMM은 바다 항해 시 선체 저항을 줄이기 위해 프리미엄 방오 도료를 도입하고, 선박의 앞 모양인 구상선수를 운항선속에 적합한 형태로 변경하는 등 다양한 에너지 효율 개선활동을 진행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친환경 ‘바이오선박유’(Bio Marine Fuel) 시범 운항을 시작했다. 바이오선박유는 폐연료 기반의 바이오디젤과 선박유(벙커C유)를 각각 3:7 비율로 섞어 생산한 연료로, 기존 선박 엔진을 개조하지 않고도 사용해 당장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오선박유는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으로 교체하기 이전에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저감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HMM은 바이오선박유를 사용할 경우 약 24%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예상하고 있으며, 점진적 도입을 확대해 연간 전체 연료의 약 5~10% 수준까지 사용량을 늘릴 계획이다.

뿐만아니라 에너지 효율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전담 기구로 선박종합상황실을 2020년 국내 최초로 설치했다. 선박종합상황실은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선박의 운항 효율을 분석, 개선안을 도출하여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2023년 9월 15일 HMM의 현대타코마호가 브라질을 향해 출발하기에 앞서 GS칼텍스 측으로부터 바이오선박유를 공급받고 있다. 바이오선박유는 일반 선박유 70%와 바이오디젤 30%를 섞어 만든 것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24%가량 줄일 수 있다. (사진=GS칼텍스)
2023년 9월 15일 HMM의 현대타코마호가 브라질을 향해 출발하기에 앞서 GS칼텍스 측으로부터 바이오선박유를 공급받고 있다. 바이오선박유는 일반 선박유 70%와 바이오디젤 30%를 섞어 만든 것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24%가량 줄일 수 있다. (사진=GS칼텍스)

2024년부터 시행되는 CII 규제에 보유선박 99% 적합

HMM은 이같은 노력 덕분에 IMO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행하는 탄소집약도지수(CII, Carbon Intensity Index) 규제를 대부분 충족하고 있다. CII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시행하는 환경규제로, 1톤의 화물을 1해리(1,852m) 운송하는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연료사용량, 운항거리 등 선박 운항정보를 활용해 지수화한 수치이다. IMO는 2023년 운항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CII 등급을 적용해 탄소 배출을 관리하고, 기준치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는 선박 운항을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탄소 배출 기준을 초과한 선박은 운항을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가 시행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 5000톤 이상 선박은 1년간 운항정보를 바탕으로 A~E등급을 부여받게 된다. HMM은 CII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CII 시뮬레이션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직접 보유한 사선 67척 중 단 1척을 제외한 99% 선박이 운항에 적합한 A~D등급 예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표] CII 등급을 검증 받은 HMM 사선 현황

그래픽=HMM
그래픽=HMM

또한 IMO가 지난해 2050년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기존의 2008년 대비 50%에서 100%로 상향함에 따라 앞으로 갈수록 환경규제의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도입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선박에 대해서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따라서 해운사로서는 탄소 배출의 저감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HMM은 이같은 규제동향에 선제적 대응하고 있는 ‘모범 해운사’라고 할 수 있다.

HMM은 지난해 메탄올을 주연료로 하는 9,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을 발주하고, 7,700TEU급 LNG 추진선 2척을 장기 용선하는 등 친환경 선박 도입을 본격화 했다.

메탄올은 벙커C유 등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 황산화물(SOx)은 사실상 배출이 없으며, 질소산화물(NOx)은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또한 생산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도 가능해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분류되고 있다.

이와 관련, HMM 김영선 R&D팀장은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대체연료로 메탄올, LNG, 암모니아, 수소 등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현재로서는 메탄올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중 하나”라면서 “그렇지만 앞으로 규제의 향방이나 연료기술의 발전방향을 예단하기 어려워 다양한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번 건조하면 수십 년을 쓰는 선박이기 때문에 향후 연료기술의 발전방향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 연료에 ‘올인’할 수는 없고 다양한 친환경 연료를 검토대상에 올려놓고 기술적 발전가능성과 경제성 등을 고려해 적절하게 포토폴리오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암모니아와 수소가 탄소 배출이 없는 이상적인 연료이긴 하나 대형선박에 적용할 정도의 기술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상태라고 김 팀장은 전했다.

HMM과 삼성중공업, 파나시아, 한국선급이 지난 4월 27일 '선박용 이산화탄소 포집·액화 저장 기술(OCCS) 통합실증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식에서 기념 촬영하는 (왼쪽부터)이영석 한국선급 사업본부장,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 김경배 HMM 사장, 이수태 파나시아 회장. (사진=삼성중공업)
HMM과 삼성중공업, 파나시아, 한국선급이 지난 4월 27일 '선박용 이산화탄소 포집·액화 저장 기술(OCCS) 통합실증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식에서 기념 촬영하는 (왼쪽부터)이영석 한국선급 사업본부장,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 김경배 HMM 사장, 이수태 파나시아 회장. (사진=삼성중공업)

친환경 기술 도입을 위한 다양한 시도

HMM은 다양한 업무협약을 통한 친환경 기술 도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롯데정밀화학과 ‘탄소중립을 위한 암모니아 해상운송 및 암모니아·메탄올 벙커링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롯데정밀화학이 해외에서 확보한 암모니아의 해상운송을 담당하고, 암모니아 운송 선박 공급과 선박의 운영 및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GS칼텍스와는 친환경 바이오선박유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바이오선박유는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이 80% 이상 적은 폐연료 기반 바이오디젤과 선박유(벙커C유)를 각각 3:7 비율로 섞어 생산한 연료로, 기존 선박 엔진을 개조하지 않고도 IMO의 온실가스 저감 계획을 준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삼성중공업 및 국내 친환경 설비 전문기업인 파나시아와는 컨테이너 선박용 탄소 포집 시스템의 실증 연구를 진행한다. 선박용 탄소 포집 시스템(OCCS: Onboard Carbon Capture System)은 선박 운항 시 발생하는 배기가스 내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해 배출을 방지하는 온실가스 대응기술이다. 향후 IMO 등 국제기구로부터 탄소 감축량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 선박 온실가스를 줄여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유효한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HMM은 또한 최근 화물의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는 공급망 탄소계산기를 개발했다. 화물의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선박은 물론 철도, 트럭 등 다양한 운송수단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추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HMM은 약 120만 건의 DB를 구축해 운송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화주는 공급망 탄소계산기를 통해 화물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 사전에 선하증권(B/L)에 표기할 수 있다.

HMM은 올해부터 그린 세일링 서비스(Green Sailing Service)도 새롭게 시작했다. 이는 HMM이 저탄소 연료 구매 및 사용을 통해 선박 운항 시 직접적으로 감소시킨 탄소 감축량을 거래하는 것이다. HMM은 지난 3월 독일 물류기업 헬만(Hellmann)사와 탄소 감축량을 제공하는 ‘그린세일링 서비스’ 첫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친환경 ‘바이오선박유(Bio Marine Fuel)’ 사용을 통해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크게 줄였는데, 이 감축량에 대한 스콥3(Scope 3) 권리를 독일 헬만사에게 이관한 것이다.

[그래프] 선복량과 TEU당 탄소배출량(gCO2/TEU-km)

그래픽=HMM
그래픽=HMM

친환경 선사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이러한 노력의 결과 HMM은 탄소 배출량을 10년동안 절반 미만으로 줄였다. 자체 분석 결과 컨테이너1TEU(6미터 길이 컨테이너1개)를 1km 이동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2010년에68.7g에서 2021년 29.05g으로 57.7% 감축한 것이다.

이같은 성과는 국내외 조사기관의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 HMM은 노르웨이 컨테이너운임 분석업체인 ‘제네타(Xeneta)’의 2022년 4분기 탄소배출지수(CEI, Carbon Emissions Index) 조사 결과 동아시아-美 서안 구간에서 최우수선사로 선정됐다. HMM은 2022년 4분기 해당 구간에서 CEI 70.2를 기록, 15개 선사의 평균치인 96.2보다 27%나 낮았다. 특히 HMM은 2022년 4분기에 시장 평균보다 높은 적재율을 기록하면서도 더 적은 탄소를 배출했다고 제네타는 설명했다.

또한 지난 2월에는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부문 ‘리더십(A-)‘ 등급을 획득했다. 영국에서 설립된 CDP는 전 세계 700여개 금융투자기관이 주도하는 환경이슈 관련 글로벌 ESG 이니셔티브로, 2만3,00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HMM은 2010년 처음으로 CDP 평가에 참여했으며, 2014년 B등급을 획득한 이후 친환경 경영을 강화해온 결과 2023년 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했다. 해상운송 분야 평균인 B-등급과 전세계 평균 C등급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평가항목 중 기후변화 대응 전략 및 재무영향 분석 분야에서는 최고 등급인 A를 받았으며,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간접배출량(Scope 3) 산정 및 보고 등에서도 A-를 받았다.

HMM은 지난 1월 ‘그린쉬핑서밋어워즈(Green Shipping Summit Awards)’에서도 ‘최고의 친환경 선사(Best Green Shipping Line)’로 선정됐다. 그린쉬핑서밋어워즈는 온실가스 감축 등에 기여한 선사, 터미널, 기자재 업체, 협회 등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와 업계 전문가들의 심사를 통해 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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