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닷넷 창간 16주년] 리더십 부재 끝내고 해묵은 AI 혁신 과제 해결 나서... '원팀 시너지' 주목

[딜라이트닷넷=이건한 기자] 최근 대한민국은 '국가적 AI 대전환(AX)'을 화두로 장대한 도전에 나섰다. 특히 지난 5월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AI 3대 강국 도약(AI G3)'을 국가 생존 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며 AI 정책, 산업, 사회 전반의 구조적 혁신을 가속 중이다.
특히 지난 10일 발표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는 민관이 5:5로 출자 및 협력하는 파격적인 구조와 규모, AI에 가장 많은 3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점 등에서 국가 AX 총력전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또한 오랫동안 산재돼 있던 국가 AI 컨트롤타워를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한 점도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국이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는 정부의 위기 의식을 대변한다.
◆ 혼란은 그만... 강력한 AI 리더십, 자본 투입 눈길
이재명 정부 AX 전략의 양대 축은 '강력한 리더십 구축'과 '대규모 자본 투입'으로 정리된다. 둘 모두 국내 AI 생태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시국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탄핵 국면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혼란의 여파로 정부가 이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이를 만회하듯 정부는 이 문제를 신속하게 풀어가고 있다. 우선 지난 8일 출범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 최상위 AI 컨트롤타워 역할이 공식적으로 부여됐다. AI 위원회가 이전 정부에서 '자문 기구'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AI 관련 국가 비전 수립부터 규제 개선, 인프라 확충 등의 주요 정책을 직접 심의·의결하게 된다. 또한 위원회에 속한 주요 대기업과 유망 스타트업, 학계 전문가 등 민간 전문가들의 발언권도 커진다. 이들은 민관 원팀 체제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신속하게 정부로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임문영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9.8 [Ⓒ연합뉴스]](https://cdn.delighti.co.kr/news/photo/202509/103186_87615_5014.jpeg)
또한 지난 10일 발표된 국민성장펀드는 한국의 국가 AX 전략을 뒷받침할 '실탄'이다. 당초 100조원 규모로 설계됐던 본 펀드는 공개 시점에 150조원으로 대폭 증액됐다. 정부의 실제적인 AI 투자 의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 재정과 민간 자본의 결합을 통한 모자(母子)펀드로 운영될 계획이며, AI를 중심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미래 전략 산업(반도체, 바이오, 모빌리티 등)에 집중 투자될 예정이다.
이러한 투자를 바탕으로 정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는 '소버린 AI(Sovereign AI)', 즉 한국의 AI 기술 주권 확립이다. 이로써 해외 빅테크 AI에 대한 기술 종속을 막고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 확립 차원에서 'A to Z' 토종 기술로 만든 AI 모델과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현실화하는 정부의 핵심 프로젝트가 바로 지난 8월 실행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다. 정부는 본 프로젝트에 핵심 자원인 AI 데이터와 GPU를 대거 국비로 지원하며 국가대표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을 지원하고, 이를 한국 기업들과 국민들이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 현장의 호응... "잘할 수 있는 AI에 투자하자"
정부의 강력한 AI 드라이브에 발맞춰 산업 현장에서도 실효성 있는 AX(인공지능 전환) 노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범용 AI(챗GPT, 제미나이 등) 경쟁을 피하고, 우리가 강점을 지닌 특정 산업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버티컬 AI(Vertical AI)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가령 의료 분야에서는 AI 영상 또는 환자 상태 데이터 기반의 진단보조, 상태 예지 솔루션들이 상용화돼 조기 진단율을 높이고 있으며, 제조업에서는 비전 AI와 LLM을 도입해 자동화율과 유지보수,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제조는 한국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전통적인 강점을 지닌 영역으로, 정부와 시장에서도 다가올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를 앞두고 제조 AI 육성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기다. 금융권 역시 AI 투자 관리,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서비스 혁신과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꾀하는 중이다.
◆ '진흥'과 '책임' 사이의 균형 찾기
이와 함께 한국은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힘을 쏟으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합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심은 최근 '우선 허용, 사후 규제' 원칙이 확립된 'AI 기본법'이다.
2026년 1월 시행을 앞둔 AI 기본법은 산업 진흥을 위한 각종 지원책과 함께 AI 기술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 장치를 담고 있다. 특히 사람의 생명이나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영향 AI' 영역을 지정하고, 해당 사업자에게 위험관리체계 구축, 투명성 확보 등 강화된 책무를 부과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정부는 법 시행 초기 기업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과태료 부과에 대한 계도기간을 운영하고, 명확한 예시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연내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AI 기본법 시행령 초안을 발표하고 관계자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정부의 정책 방향성은 규제가 AI 혁신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진흥'에 무게를 두되, 사회적 '책임'의 균형 또한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인재·인프라.... 해묵은 과제의 돌파구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변화는 한국의 AI 혁신을 가로막던 해묵은 문제들도 점차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고급 AI 인재 문제와 컴퓨팅 자원 문제가 있다. 특히 지난 몇 년 사이 한국은 심각한 수준의 AI 인재 부족 및 유출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왔다. 최고급 인재들은 더 나은 보상과 연구 환경을 찾아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났으며, 이는 국내 AI 생태계의 근간을 흔든 심각한 위협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미 미국 AI 개발자의 평균 연봉이 한국의 2배를 훌쩍 넘는 등, 현실적으로 채우기 어려운 격차들이 발생하며 AI 기업과 대학의 고심도 깊어져 가던 상황이다.
이에 우리 정부와 기업은 힘을 모아 더 이상의 인재 유출을 막고,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먼저 정부는 최근 가동된 독자 AI 프로젝트 선정 1차 정예팀 5개를 우선으로, 이들이 AI 인재를 해외에서 유치할 경우 인건비, 연구비 등을 연간 20억원 규모로 지원 중이다. 또한 한국이 해외에서 유치해야 할 과학기술 분야의 톱티어 인재 수요 150여명의 명단을 추리고, 이들에 대한 특별비자 신설 등 우대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 가운데 주요 대학들도 AI 관련 학과 정원 확대, AI 대학원 및 연구원 신설, 기업과 연계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등 인재 양성 패러다임 전환에 힘쓰고 있다.
이 밖에 현재 글로벌 AI 모델 개발 경쟁은 '인프라 전쟁'으로 압축할 수 있다. 고성능 AI 개발에는 수만~수십만장 규모의 GPU 확보와 AI 특화 데이터센터 가동이 필수적이지만, 현재 한국이 확보한 GPU는 고작 2만장 내외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 중국의 주요 AI 빅테크들이 단일로 수십만장 이상의 GPU를 확보한 점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이에 정부는 AI 인프라 격차 해소를 또 다른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AI 고속도로'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민관합동 국가AI컴퓨팅센터 설립 계획을 정부가 아닌 민간 중심으로 재편하고, 정부의 GPU 구매를 위한 대규모 예산을 확충했다. 정부가 구매한 GPU를 특화 AI 모델 개발이 가능한 기업에 집중 지원하기 위한 과제도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