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업 치료 시간에 글씨를 몇 자 쓰라 했다.

약간 놀랐다. 그간 글씨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선순위가 몸 재활이라 생각했을 뿐더러 글씨 쓰기는 불가능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글씨 쓰라는 지시 받으니 이제까지와는 달리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몇 자를 써 보니 느렸지만 알아볼 정도는 되었다.

교사에게 물어보았다. "글씨 쓰기도 재활에 도움이 되나요?" "근육 운동이 되지요. 숟가락이나 젓가락 사용할 때처럼요."

이 말을 듣고 공책과 볼펜을 샀다. 닷새째가 되었는데, 교사의 조언대로 작게 쓰려니 근육 운동과는 또 달리 몇 자 쓰기가 힘이 들었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이며 즐거움이다.

# 요즘 글씨 쓰기를 하려니 숟가락질이 생각난다. 지난 3월 중순 경 재활 시간에 숟가락으로 작고 가벼운 플라스틱 육면체 하나씩을 뜨는 과제가 있었다.

그 때 이후로 식사 시간에 오른손으로 숟가락질을 하였다. 느리기도 하였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왼손으로는 그릇이 움직이지 않게 잡아야 했고 숟가락 면이 너무 기울어 국은 먹을 수 없었다. 밥을 뜨고 나서는 손이 아래로 내려 앉아 고개를 숙여야 입에 넣을 수 있었다.

그래도 꾸준히 시도했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 변화가 있었다. 언제부턴가 숟가락 면이 거의 수펑이 되어 국을 뜰 수 있다. 손이 내려 앉던 일도 의지를 가지면 방지할 수 있다.

이렇게 훈련 받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래서 화장실까지 휠체어로 이동하는 일도 3~4미터 밖에 안되지만 내 힘으로 한다.

이런 식으로 스스로 할 일을 찾아 나갈 것이다. 작으나마 근육 움직이는 데 도움을 주겠고, 무엇보다도 움직이겠다는 마인드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 <소소한 일들>

1. 치료 대상은 아닌데, 얼굴 근육도 뇌경색의 영향을 받았다. 그 영향 중 하나가 밥 먹고 난 뒤 오른쪽 잇몸 바깥에 음식물이 끼는 것이었다. 그게 얼마 전부터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근육이 나아져서 그럴 것이다.

2. 안경 쓰기가 무척 힘들었다. 오른손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뿐만아니라 렌즈 닦기도 문제였다. 한 손으로는 안경틀을 잡아야 하는데 오른손이 힘도 약하지만 닦는 동안 또는 닦은 후 손이 제멋대로 움직여 렌즈에 다시 얼룩을 만들었다. 최근에 얼마간 해결했다. 오른손에 얼마간 힘이 생겨 안경테를 지탱해 준다. 오른손으로 렌즈 닦이를 시도해 보기도 하였다. 닦기는 상당한 힘이 소요되지만 어느 정도 닦을 수 있다. 최근에는 다시 왼손으로 테를 잡는 게 꽤 안정적이다.

3. 글씨 쓰기는 재활 시간에 한번만 해 보고 이후에 두 차례 숙제로 내주었는데 담당 교사가 '양호하니 다시는 다루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도 혼자서 저녁에...

# <젓가락질>

토요일 오전 재활 교육 활동 시간에 식사 때 나오는 젓가락을 쥐는 연습을 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전엔 젓가락은 왼손으로 막대 용도로만 이용했다. 어쨌든 제안대로 점심 때부터 젓가락을 오른손으로 잡아 보았다. 숟가락을 써왔으니 잡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젓가락을 작동해 보려 했더니 두 가락 사이의 거리가 똑같게 움직였다. 저녁 때도 잡는 연습을 해봤는데 마찬가지였다.

일요일엔 아침, 점심에 잊었다가 저녁에 젓가락을 잡았다. 두 가락 사이가 좀 가까워졌다. 몇 번 움직여 보았더니 나물 한 가닥은 안 되어도 두께가 좀 되는 몇 가닥은 집을 수 있었다.

월요일 아침, 점심에도 두어 번의 연습만 했다. 그날 저녁 다시 젓가락을 잡으니 두 가락 사이를 상당히 가깝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래서 저녁의 후반부는 젓가락만으로 해치웠다. 물론 매우 서투르고 힘도 없는 젓가락질이지만 느린 속도로 나마 진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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