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 관련해 발전부문 100% 유상할당은 장기 검토키로

[딜라이트닷넷=장영일 기자]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와 관련해 정부가 이달 '복수 안'을 제시하고 논의하기로 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해선 '발전 부문 100% 유상 할당'을 장기 검토 과제로 미루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러한 내용을 8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 보고했다.
환경부는 2035 NDC를 11월 초 확정해 유엔에 제출하기 위해 이달 '복수의 논의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몇 퍼센트 감축할지 '수치'에만 매몰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배출량을 줄일지 '정책 패키지'를 발굴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특히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중 비중이 가장 큰 산업 부문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감축 수단에 상응하는 예산 등 지원 방향과 규모를 NDC에 병기하겠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호소하는 산업계 달래기로 보인다.
주목되는 점은 환경부가 NDC와 관련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지침을 최신으로 변경하고 기준 연도(2018년) 배출량과 목표 연도 배출량을 각각 총배출량과 순배출량(총배출량에서 산림 등이 흡수·제거량을 제한 양)으로 달리했던 것을 순배출량으로 통일하기로 한 점이다.
이렇게 되면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가 늘어난다.
'1996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산정 지침'(1996 지침)을 적용했을 때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7억2760만톤이다. 이를 기준으로 40%를 감축해 2030년 '순배출량'을 4억3660만톤으로 줄인다는 것이 현행 2030 NDC다.
만약 1996 지침으로 산정한 2018년 온실가스 순배출량(6억8630만톤)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2030년 순배출량을 현재 목표대로 4억3660만톤으로 감축한다고 하면 감축률이 36.4%에 그친다.
즉 감축률 40%를 맞추려면 배출량을 더 줄여야 하는 것이다.
작년 8월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때 재판관 5명이 현재의 '기준 연도는 총배출량, 목표 연도는 순배출량' 방식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위헌 결정에 필요한 재판관 정족수가 6명이어서 이 판단은 헌재의 최종 결정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환경부는 그간 현행 방식이 교토의정서 규정에 부합하고 주요국이 택한 방식이라며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다가 이번에 순배출량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환경부는 이날 기후특위에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 계획과 관련해서도 보고했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4차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 대상 업체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8곳을 포함해 774곳으로 정해졌다.
환경부는 재생에너지라는 명확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수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현행 10%인 발전 부문 배출권 유상 할당 비율을 2030년 50%로 높이기로 했다.
유상 할당 비율은 업체가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배출권의 비율을 말한다.
그간 기업이 무상으로 받는 배출권이 너무 많아 시장경제 원리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배출권거래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후환경단체 등이 요구하는 '발전 부문 100% 유상 할당'에 대해 환경부는 "4차 계획기간 이후 시행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유상 할당 비율이 높아지면 전기요금이 뛸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유럽연합(EU)과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 중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가 발전 부문에 대해선 배출권을 100% 유상으로 할당하고 있다.
탄소누출업종에 대해 '100% 무상 할당'도 유지하기로 했다.
철강·비철금속,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업종 대다수가 탄소누출업종에 포함돼있어 논란이 있을 전망이다.
이날 환경부는 '제4차 기후위기 적응 대책' 수립과 관련해 '기후적응'이란 표현 대신 '기후대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적응'이 기후위기에 순응한다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어감을 지녔다는 이유에서인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체계 내에서도 적응(adaptat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등 국제적으로 적응이 통용되는데 어감을 이유로 용어를 바꾸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