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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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이건한 기자] 최근 다양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미래 기술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AI 모델과 외부 서비스를 잇는 표준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외 빅테크와 스타트업들은 ‘MCP(Model Context Protocol)’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MCP가 마치 PC 시대에 다양한 기기를 하나의 포트로 연결한 표준 인터페이스 ‘USB’처럼, AI 시대의 핵심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MCP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하고 오픈소스로 공개한 곳은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이다. MCP를 ‘AI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USB 포트’에 처음 비유한 곳도 앤트로픽이다. MCP의 가치는 각기 다른 AI 모델과 외부 데이터, 서비스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손쉽게 연결하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 있다. 현재 AI 업계에서는 하나의 범용 AI에 모든 전문 서비스를 담는 것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구조를 지닌 AI 모델과 온라인 서비스 간 물리적 결합부터 쉽지 않으며, 모든 기능을 한 플랫폼에서 개발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각기 다른 서비스를 연결하는 표준 플랫폼과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MCP가 USB에 비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USB는 성질이 전혀 다른 전자제품(PC, 음향, 게임기 등) 간 연결과 통신을 단일 포트로 만든 기술로, 디지털 시대의 가장 혁신적인 발명 중 하나로 꼽힌다. USB가 보급되기 전에는 휴대폰 충전 단자만 하더라도 제조사별로 각기 달랐고, 브랜드 제품을 교체할 때마다 충전선이나 어댑터를 새로 구매해야 해서 비용과 자원 낭비가 심각했다. 그러나 현재는 ‘USB-C’ 포트로 거의 모든 전자기기 충전 단자, 데이터 통신 채널이 일원화되어 이 같은 문제는 드물다.

MCP는 USB의 디지털 버전으로도 비유할 수 있다. USB가 물리적 인터페이스라면 MCP는 논리적 인터페이스다. 서로 다른 AI 모델과 서비스가 동일한 규칙과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중간지대, 연결점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덕분에 개발자는 더 복잡하고 고도화된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MCP를 활용하면 항공권 예약, 숙소 검색, 현지 날씨 확인 등 여러 서비스를 넘나들어야 했던 여행 계획 수립을 하나의 AI 에이전트와의 대화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각 서비스를 담당하는 전문 AI 에이전트가 MCP를 통해 엔진 역할을 하는 중앙 AI 모델에 손쉽게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스마트폰 시대에 구글과 애플의 스마트폰 앱 장터를 통해 서드파티 앱 생태계가 급속히 확산된 것처럼 AI 시대의 서비스 생태계를 빠르게 확산시킬 원동력이 될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 카카오·트웰브랩스 등 국내 기업, MCP 시장 선점 나서

이에 최근 국내외에서 MCP를 활용해 신규 생태계를 조성하거나, 업계 내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기업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국내에서는 카카오의 행보가 이목을 끈다. 카카오는 지난 9월에 개최한 연례행사 ‘이프카카오 2025’에서 자체 개발한 MCP 플랫폼 ‘플레이MCP(playMCP)’를 정식 공개했다. 플레이MCP는 카카오톡 외부 개발자들이 자신이 만든 서비스를 ‘MCP 서버’ 형태로 등록하면 사용자들이 해당 서비스를 자신의 카카오톡 환경에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카카오가 그리는 ‘일상 AI’ 서비스 구현과 카카오톡 플랫폼 기능의 확장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영상 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트웰브랩스는 지난달 30일 영상 콘텐츠를 이해하고 관련 정보를 찾아 요약까지 해주는 영상 AI 전용 MCP 서버를 출시했다. 기존에 텍스트 기반으로 이뤄지던 AI 에이전트의 작업 영역을 영상으로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재성 트웰브랩스 대표는 "MCP 출시로 영상이 AI 업무에서 핵심 기능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 오픈AI·MS 등 글로벌 빅테크도 참전

MCP의 잠재력에 주목한 것은 국내 기업뿐만이 아니다. 오픈AI는 지난 5월 자사 개발자 도구에 원격 MCP 지원 기능을 추가했다. 개발자들은 단 몇 줄의 코드만으로 자신들의 AI 모델을 쇼피파이(전자상거래), 스트라이프(결제) 등 외부 서비스의 MCP 서버와 연동해 장바구니 추가, 결제 링크 생성과 같은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윈도우 11, 애저 AI 파운드리 등 자사 핵심 서비스에 MCP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특정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형 기술인 MCP가 향후 AI 에이전트 시장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ICT 업계 전문가들은 MCP 기술의 확산이 ‘행동하는 AI’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정보를 검색하고 요약해주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실제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대중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MCP라는 표준화된 연결고리가 만들어갈 새로운 AI 생태계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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