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확산이 소프트웨어 산업 구조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과거 패키지 판매와 유지보수 계약에 의존하던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은 설 자리를 빠르게 좁혀가며 클라우드와 AI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를 수행하던 소프트웨어 고유 가치는 생성형 AI 부상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업계는 이를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기업 생존과 성장을 가르는 ‘대전환기’로 규정한다. AI는 더 이상 특정 산업이나 개발자만의 도구가 아니다. 소비자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서비스, 기업이 운영하는 핵심 시스템,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정책까지 AI가 관여하지 않는 영역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업계는 AI 직접적 충격을 받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최전선에 서 있다. 시장에서는 “AI를 내재화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 챗GPT 이후, SW 가치 흔드는 글로벌 투자 물결

챗GPT 출시가 촉발한 변화는 이제 3년 만에 ‘실험’에서 ‘도입’으로 완전히 무게 중심을 옮겼다. 당시에는 기술적 신선함과 가능성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경쟁력과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소프트웨어 업계만 보더라도 개발 효율성, 업무 자동화, 고객 경험 혁신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활용이 일상화됐다. 단순히 코딩을 대신해주는 수준을 넘어 기획·테스트·운영 전반에서 AI 개입이 확산되며 기업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다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곧 소프트웨어가 제공해온 고유 가치 기준을 흔들고 있으며,전통 SW 기업에는 위기이자 동시에 도약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삼정KPMG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은 2024년 2577억달러에서 2030년 1조58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AI 에이전트 시장은 51억달러에서 471억달러로 확대되며 연평균 44.8% 고성장이 예상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 기반 혁신 기술의 흐름으로 생성형 AI 다음 단계는 AI 에이전트가 자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역시 “AI 에이전트는 이미 주니어 직원처럼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은 ‘AI 네이티브’, 국내는 ‘변화의 문턱’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피스365에 생성형 AI ‘코파일럿’을 통합하며 생산성 도구 개념 자체를 재편했다. 구글 역시 워크스페이스와 클라우드 전반에 AI를 심어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를 아우르는 통합 구조를 만들고 있다. SAP와 세일즈포스는 전사적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 등 핵심 업무용 소프트웨어에 AI를 결합해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이처럼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AI 네이티브 전략을 전면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더존비즈온은 ERP와 의료 데이터를 결합한 ‘메디컬 인텔리전스 플랫폼’을 선보이며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글과컴퓨터는 문서 작성 도구를 넘어 AI 비서형 오피스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영림원소프트랩은 중견·중소기업 ERP 강점을 바탕으로 AI를 내재화해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모두 패키지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다만 아직까지 글로벌 기업과 격차는 뚜렷하다. 국내의 경우 데이터 접근성과 글로벌 시장 확장력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AI 적용 범위 역시 제한적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이 생존하려면 특정 산업군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이뤄내는 동시에 글로벌 클라우드와 협력해 생태계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따라가는 전략으로는 빠르게 재편되는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위기 아닌 대전환, 선택의 속도가 성패 가른다

AI 확산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전략적 전환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기존 패키지 판매 모델은 수익 기반으로서 역할이 줄어들고 있으며, 데이터·AI 융합을 통한 서비스형 모델이 대안으로 부상한다. 향후 경쟁 우위는 효율성이 아니라 산업별 특화 서비스와 데이터 활용 역량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관건은 데이터와 인재, 그리고 속도다. 양질의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고 이를 활용할 전문 인재를 어떻게 길러내느냐가 기업 성패를 좌우한다. 여기에 AI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민첩성까지 요구된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앞으로 5년 내 모든 사람이 개인의 AI 에이전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정KPMG는 ‘AI 에이전트 혁신: 산업을 바꾸는 현재와 미래 전망’ 보고서에서 2030년 AI 에이전트 시장 86%가 기업간거래(B2B) 영역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AI가 단순 소비자 서비스가 아닌 기업 운영 모델 자체를 바꾸는 핵심 동력임을 보여준다.

AI의 등장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대전환의 기회다. 업계가 말하는 ‘AI 네이티브’란 기술 수용에 그치지 않고 산업 구조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움직임을 뜻한다. 국내 기업이 이 변화에 얼마나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단순한 생존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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