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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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이학범 기자] 게임업계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운 개발 대중화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텍스트 한 줄로 세계가 만들어지는 시대가 열리면서 게임 제작의 진입 장벽이 빠르게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29일 IT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구글 딥마인드는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이용자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3D 세계를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모델인 '지니3(Genie3)'를 공개했다.

지니3는 카메라가 다른 방향을 향했다 돌아와도 이전에 만들어진 환경 요소들이 그대로 유지돼 장기적인 시각적 일관성이 보장된다. 또한 이전에 만들어진 환경 궤적을 참조하면서도 새로운 입력이 들어올 때마다 초당 수십 회 계산을 수행해 물리적 일관성을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모델은 최대 1분 전의 정보까지 기억해, 장기간 변하지 않는 환경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게임 개발 엔진의 경우 사물(오브젝트)과 세계(월드)를 별도로 구현해 결합해야 했으나, 지니3는 텍스트 명령만으로 구현이 가능하다. 다만 직접 수행할 수 있는 행동의 종류가 제한적이고 특정 도시나 실제 지형 재현의 정확도가 떨어지며, 복수 에이전트의 상호작용도 불가능해 게임 엔진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향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글로벌 시장 흐름에 맞춰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생성형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1년 사내 AI 테스크포스(TF)로 국내 게임업계 최초 AI 연구 조직을 꾸렸으며, 올해 초 독립법인 엔씨AI로 분사했다. 이후 자체 개발 대규모 언어모델(LLM) '바르코'의 고도화와 버티컬AI(특정 산업에 특화된 모델) 솔루션 상용화 등을 추진해 왔다.

엔씨AI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프로젝트 컨소시엄. [ⓒ엔씨AI]
엔씨AI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프로젝트 컨소시엄. [ⓒ엔씨AI]

특히 엔씨AI는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주관사로 참여해, 5개 정예팀 중 하나에 이름을 올리면서 약 14년간 이어온 연구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엔씨AI의 컨소시엄은 40여개 수요기업을 포함해 총 54개 기관이 참여한 이른바 '그랜드 컨소시엄'으로 업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엔씨AI는 AI 기반 3D 에셋 제작 툴 '바르코 3D'를 비롯해 게임 내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사운드 등 개발 전반에 걸친 지원 AI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바르코 3D는 최근 진행된 개발 공모전에서 전문 개발 인력 없이도 준수한 게임을 완성시킨 사례가 다수 나오며 주목받았다. 엔씨AI는 오는 25일 서비스 업데이트로 바르코 3D의 기능을 추가 보완하는 한편, 같은 날 열리는 '도쿄게임쇼 2025'에 참가해 기술 시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21년 딥러닝 본부를 출범시킨 크래프톤은 게임의 재미를 높이기 위한 AI 활용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하 스튜디오 렐루게임즈를 통해 음성 인식 기반 게임 '마법소녀 루루핑', AI 대화형 추리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 등 독창적인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기술을 게임의 핵심 재미와 직접 연결하는 방식을 개척했다. 나아가 프롬포트를 통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AI 게임 개발 플랫폼도 준비 중이다.

크래프톤 '인조이'. [ⓒ크래프톤]
크래프톤 '인조이'. [ⓒ크래프톤]

지난 3월 출시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에는 정해진 행동을 하는 NPC 대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행동하는 CPC(Co-Playable Character)가 도입돼 글로벌 화제를 모았다. 나아가 엔비디아, 오픈AI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해 CPC 시스템을 대표작 '배틀그라운드'에 도입해, 이용자가 CPC와 대화로 상호작용하며 플레이하는 기능도 개발 중이다.

넥슨은 실시간 서비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자회사 인텔리전스랩스를 중심으로 매칭 시스템, 이상 이용자 탐지, 개인화 추천 서비스 등에 기술을 접목하며, 데이터 분석 역량을 통해 실시간 대응력을 강화하고 라이브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데 사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열린 'NDC 2025'에서는 게임 흥행을 AI로 예측하는 프로젝트를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해당 강연을 맡은 오진욱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팀장은 게임 기획이라는 아이디어의 영역도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넷마블은 지난 2018년부터 AI 연구 개발 조직을 설립해 기술 및 게임 개발을 병행하고 있으며, 스마일게이트도 핵심 기술 확보 및 서비스 혁신을 목표로 AI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넥써쓰는 AI 기반 게임 제작 플랫폼 '버스8'을 서비스 중인 버스8과 독점 파트너십을 맺고, 관련 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AI의 확산은 기회와 함께 과제도 안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 학습 과정의 저작권 문제,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편향에 따른 윤리적 논란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기술적 완성도 또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완성도 제고 또한 중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AI가 개발 효율성의 향상을 넘어 게임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 AI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보조 역할 정도에 머물고 있으나, 발전에 따라 일부 개발자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게임 개발의 대중화를 앞당기고,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촉발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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