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7개 혐의 모두 유죄로 판단…"범죄 인정 않고 참회 없어 죄질 나빠"

지난해 7월 뉴욕 남부연방법원 심리에 출석할 당시의 샘 뱅크먼-프리드. (사진=게티이미지)
지난해 7월 뉴욕 남부연방법원 심리에 출석할 당시의 샘 뱅크먼-프리드. (사진=게티이미지)

[딜라이트=박피터슨 기자] 거액의 고객 자금을 빼돌려 사기와 음모 등 7개 혐의로 기소된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32)에게 징역 25년형이 선고됐다.

검찰 구형량 징역 40~50년의 절반 수준이지만 배심원단이 그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평결한 데 이어 법원도 이를 모두 인정해 중형을 내린 것이다.

28일(현지시간) 뉴욕발 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을 심리해온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법원 루이스 캐플런 판사는 이날 뱅크먼-프리드의 죄질히 극히 불량하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캐플런 판사는 FTX 고객들이 80억 달러(약 10조8000억원), 주식 투자자들이 17억 달러(약 2조3000억원), 계열사 알라메다리서치 헤지펀드 대출자들이 13억 달러(약 1조8000억원)의 손실을 입는 등 모든 범죄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캐플런 판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뱅크먼-프리드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잘못된 범죄인 줄 알면서도 참회의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발뺌만 하고 있다"며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110억2000만 달러(약 14조9000억원)의 재산 몰수도 명령했다.

판결 선고에 앞서 베이지색 반팔 수형자 티셔츠 차림의 뱅크먼-프리드는 약 20분 간에 걸친 최후 진술에서 자신의 '경영상 실수'에 대해서는 FTX 고객들과 전 동료들에 대해 사과했지만 범죄행위는 일절 인정하지 않았다.

또 그의 전담 변호사인 마크 무케이시는 "피고인은 매일 악의를 품고 사람들을 해치려고 나선 무자비한 금융 연쇄 살인범이 아니다"라며 FTX 투자자들이 본인들 자금을 대부분 회수했다고 주장,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캐플런 판사가 판결 선고문을 낭독하는 동안 일어서서 두 손을 모은 채 숨죽이고 듣고 있던 뱅크먼-프리드는 선고가 끝나자 무케이시 변호사와 간략한 귀엣말을 나눈 뒤 호송원에 이끌려 퇴정했다.

방청석에서 아들의 선고 공판을 지켜본 스탠퍼드대 교수 조 뱅크먼과 바버라 프리드 부부는 재판이 끝난 뒤 법정 밖에서 "마음이 아프다"며 "아들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해 항소 절차가 즉각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남부연방법원 배심원단 12명은 지난해 11월 뱅크먼-프리드의 7개 혐의에 대해 유죄로 평결했으며,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은 지난 15일 징역 40∼50년 형을 구형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최근 수년간 뱅크먼-프리드의 삶은 형언할 수 없는 탐욕과 자만심, 야망과 합리화로 점철됐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돈으로 도박을 반복한 셈"이라고 질타했다.

뱅크먼-프리드는 2019년부터 2022년 11월 뱅크런(bank run·대규모 인출 사태)으로 FTX가 파산할 때까지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려 알라메다리서치의 부채를 갚고 바하마의 호화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뱅크먼-프리드는 FTX 파산 다음 달인 2022년 12월 FTX 소재지 바하마에서 체포된 뒤 미국으로 송환돼 기소됐으며, 보석으로 일단 풀려났다가 지난해 8월 보석이 취소되면서 구속수감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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