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인상-불안한 국제정세로 투자심리 급냉… 하방압력 커져
10조 펀드자금 유입 대기는 호재…대형주 상장 루틴 재현여부 관심

LG에너지솔루션이 1월 10일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 파크원 본사에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장기 사업 비전과 전략을 공개했다. (왼쪽부터)LG에너지솔루션 CFO 이창실 전무, CEO 권영수 부회장, CPO 김명환 사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1월 10일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 파크원 본사에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장기 사업 비전과 전략을 공개했다. (왼쪽부터)LG에너지솔루션 CFO 이창실 전무, CEO 권영수 부회장, CPO 김명환 사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딜라이트 장영일 기자] 증시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증시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이 회사 주가는 증권가에서 예상한 범위 안에서 움직였는데 향후 주가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 118조로 코스피 2위에 오른 대형주인데다 공모주 청약건수가 442만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만큼 이 회사 주가를 주목하는 투자자가 많다.

실제 상장 첫날 이 종목의 거래대금이 8조원을 넘기면서 이날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 18조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거래 비중이 컸다.  

현재 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좋지 않다.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3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 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가능성 등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 증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7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3.5%, 코스닥은 3.7% 급락했다. 

이런 시장 분위기는 LG에너지솔루션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쳐 하방압력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LG엔솔이 시총 2위인 만큼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나 ETF는 시총 비율만큼 이 종목을 편입해야 하기 때문에 기관들의 매수세는 호재로 분류된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시초가(59만7000원) 대비 15.41% 내린 50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시초가가 공모가(30만원)의 2배에 못 미치면서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한가)'과는 거리가 멀었고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증권사들은 애초부터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첫날 따상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장세가 좋지 않은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덩치가 너무 커 다른 종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증권사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주가를 39만∼61만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의 주가 향방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오랜기간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최근 러시아와 미국의 긴장감까지 고조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펀드 자금 유입,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성 등을 놓고 볼 때 주가가 앞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 미국 금리 인상 기조로 당분간 변동성 커질 듯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 속에서 미국 증시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도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올해 들어 25일까지 나스닥지수는 13.5%, 다우지수는 5.6%, S&P500지수는 8.6% 하락했다. 코스피도 26일까지 9.0% 떨어졌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25~26일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르면 오는 3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통상 금리 인상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상대적 가치를 떨어뜨린다. 12월 FOMC 점도표는 올해와 내년 각각 3번의 금리인상을 시사했지만, 지난 12월 미 핵심 소비자물가가 5.5%를 기록했고 4월까지 5% 내외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지표를 중요시하는 연준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에서 시장을 달래려는 의지도 표출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기에도 애매하다"며 "긴축 위험에 공급망 해소 시점 지연, 유가 상승 등으로 증시 반등 폭은 제한적이고 변동성은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조정받겠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선다는 것은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향후 기업실적에 따라 매수 심리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실물경제의 견조한 회복세를 언급한 것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통제에 적극적일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긴축으로 인한 가치평가 하락은 감내하지만, 기업실적 둔화는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니켈 가격 추이. (자료=네이버)
니켈 가격 추이. (자료=네이버)

◆ 불안한 국제정세…환율·유가 불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며 환율, 유가 등도 요동을 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7년여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도 1년6개월 만에 1200원대를 넘어섰다.

26일(현지시각)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0.02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2014년 10월 13일 이후 최고치다.

석유 주요 생산국으로 서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연일 고조되면서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에 반발하며 국경 지대로 병력을 대거 이동시키고 이를 미국이 강도높게 비난하면서 전쟁 발발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이미 원자재 가격은 불안한 모습이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자재인 니켈은 지난 13일 기준 톤당 2만2130달러로 1년 전보다 25% 올랐다. 니켈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코발트 가격도 지난해 이미 2배로 올랐다.

여기에 경제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베이징동계올림픽의 방역조치를 두고 또다시 충돌하고 있다. 미국은 베이징의 방역조치 미비를 이유로 주중 대사관 외교관과 가족의 철수를 검토중이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석을 재확인, 중국과 밀착하면서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설상가상으로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 혼란을 가중시킨 상황에서 잠복한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헤지(위험 회피) 필요성이 환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주요지수 편입…추가 자금 10조원 유입 전망 

상장 초기 랠리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총 10조원에 달하는 자금 유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와 코스피200 지수에 각각 2월 1일, 2월 11일 편입될 예정이다. 이 경우 추가적인 자금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MSCI 지수는 외국인 4000억원의 수급 유입 효과가 예상되고, 코스피200은 8조2000억원 수급 유입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2차전지 ETF 관련 5272억원과 올해 3월 중순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 편입으로 1조원 수준의 수급이 유입될 것"이라면서 "총 10조원 넘는 규모의 패시브 유입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보다 먼저 증시에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등도 높게 형성된 상장 첫 날 종가가 꾸준히 하락하다가 약 25거래일 이후 상장 첫 날 주가 수준을 안정적으로 넘어서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는 대형 상장주가 지수에 편입되는 시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수급적인 요소가 끝나면 실적과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성 등이 주가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상장 초에는 수급적인 이벤트가 지수를 주도하지만 점차 펀더멘털과 적정 밸류에이션 등과 같은 합리적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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