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AI의 손과 발 ‘피지컬AI’, 국가전략 마련 시급

2025-06-12     권하영
[Ⓒ 챗GPT 생성 이미지]

 

인공지능(AI)이 디지털을 넘어 물리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AI의 진화가 더 이상 텍스트와 이미지 생성에 머무르지 않고, 실시간 판단과 행동을 수반하는 ‘실행형 AI’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피지컬AI(Physical AI)’가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피지컬 AI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피지컬AI는 AI 기반 모델(두뇌), 센서 및 컴퓨터 비전(감각), 엣지 컴퓨팅과 네트워크 인프라(연결), 제어 및 액추에이터(행동) 등 첨단 기술이 통합된 시스템이다. 인간처럼 물리적 세계를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서 산업 현장, 물류, 헬스케어, 자율주행 등 다양한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글로벌 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AI 로보틱스 시장은 2020년 50억달러에서 2025년 225억달러로 5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며, 2030년에는 약 643억달러(약 8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은 피지컬AI를 차세대 국가 전략기술로 간주하고 선제적 정책 마련과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 빅테크 주도의 생태계를 기반으로 엔비디아·오픈AI·테슬라·피규어AI 등 기업들이 범용 휴머노이드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정부는 리쇼어링과 국방 연구개발(R&D)에 초점을 두고 베이징시 중심으로 2조원 규모 산업 육성 기금을 조성하는 등 핵심 부품 내재화와 빠른 상용화를 앞세워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일본은 정부 주도의 첨단 연구개발 프로젝트인 ‘문샷(Moonshot) 프로그램’을 통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인간과 협력 가능한 지능형 로봇 개발에 약 4400억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EU는 ‘AI4EU(Artificial Intelligence for the European Union)’와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등 공공 R&D 프로그램을 통해 피지컬AI 기술의 윤리적 구현과 산업 융합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2대 국가전략기술에 피지컬AI를 포함하고,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 및 로봇산업 R&D에 3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여전히 종합적인 국가 전략은 부재한 실정이다. 특히 ▲지능형 로봇 기반기술의 고도화 ▲기반모델과 하드웨어 생태계의 내재화 ▲산업·서비스 분야 접목 ▲윤리·법제도 정비 등 정책 전반에서 후발주자로 평가받는다.

피지컬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향후 AI 산업의 진화를 좌우할 분기점이다. 하지만 고성능 연산 자원과 높은 개발비용, 노동시장 충격, 법적 공백 등 복합적인 과제를 동반하는 만큼, 정부의 전략적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보고서는 “AI 및 로봇 정책을 통합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피지컬 AI 전략위원회’ 등을 신설해, R&D 투자, 규제 개선, 국제 협력 등을 총괄하는 거버넌스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며 “미국·중국 등 피지컬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 수준을 감안할 때, 한국도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핵심 기술 자립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략적 재정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자율주행차, 배송 드론, 서비스 로봇 등 다양한 피지컬 AI 기술을 자유롭게 실증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 및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확대하고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휴머노이드형에만 국한되지 않고 피지컬 AI의 다양한 구현 유형을 포괄하는 다층적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산업별 수요에 대응하는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체계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