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원본증명제도, 민간영역 확대 절실하다
기업 영업비밀 보호위해 민간 ‘원본증명기관’ 활성화해야
[딜라이트닷넷=변현우 기자] 기술력이 있는 벤처나 중소기업들이 기업의 핵심이 되는 기술이나 영업비밀 등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기술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설사 기술을 빼앗겼더라도 이것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벤처나 중소기업들은 자사의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특허 출원하기 보다는 영업비밀로 보호하려는 경향이 많다. 그러다보니 다른 회사로 이직한 직원을 통해서나, 아니면 다른 경로로 영업비밀을 알게된 다른 기업들이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어떤 경우는 국내 기업이 먼저 개발한 기술을 해외에서 몰래 도용하고선 이를 자신들이 먼저 개발한 것이라고 우기는 일도 있다. 이러한 일은 해당 기업에 있어서는 생사가 달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0년 전 도입된 제도가 영업비밀 원본증명제도(이하, ‘원본증명제도’)이다. 원본증명제도는 부정경쟁방지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전자문서의 원본 여부를 증명할 수 있도록 그 전자문서로부터 고유의 식별값을 추출하여 이를 원본증명기관에 등록하고 이 값을 활용하여 그 전자문서가 원본임을 증명하는 제도다. 즉, 영업비밀을 기록한 전자문서에 전자도장을 찍어 그 문서가 내 것임을 증명해주는 제도인 것이다.
현재 원본증명제도는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본래 이 제도가 도입될 당시 공공에 의한 운영만을 염두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 제도의 근거 규정인 부정경쟁방지법 제9조의3은 원본증명기관의 지정에 대해 민간영역의 참여를 제한하는 조항을 두지 않고 있으며, 입법 당시에도 특별히 민간영역에서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논의는 제기된 바 없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Surety, Digistamp 등), 일본(Orega, Seiko Precision, NRI Cyber Patent 등), 독일(Trustcenter, Setasign 등)의 선진국들은 민간기업을 통해 관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입법에도 참고된 내용이며, 입법 당시 특허청은 원본증명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신뢰도를 갖춘 단체라면 정부기관이나 법인이 아닌 사업자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규제의 적정성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원본증명제도 지정‧운영은 이 제도가 갖추어야 할 핵심 가치인 신뢰성과 전문성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10년간 안정적인 발전을 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을 중심으로 한 제도 운영은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보호의 사각지대 발생을 피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원본증명제도를 이제는 전문성과 신뢰성을 확보한 민간영역에서도 지정‧운영하도록 하여 공공영역 중심의 제도 운영을 보완하고,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기술 보호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원본증명제도가 시작된 10여년 전과 달리 지금은 블록체인, 인공지능 기술 등을 비롯한 고도의 보안기술이 발전하면서 민간의 전문성이 현저하게 높아졌다. 이를 기반으로 한 기술적 신뢰도는 공공영역에 비해 향상되었으며, 기술의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 역시 예산을 심사받아 이를 반영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공공 영역에 비해 매우 빠르다.
특히 시장의 변화로 인하여 해외에서 기술증거의 확인 등 다양한 파생 서비스의 요구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기술 보호 사각지대를 제거하기 위해선 민간의 탄력적인 서비스 운영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이처럼 영업비밀 보호와 같은 기술 보호를 위해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역할에 조화가 필요한 시기이나, 현재 우리 제도는 이를 담아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기업들과의 치열한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있어서 원본증명제도의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민간기업에도 문호를 본격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현행 제도 운영은 시장을 불신하는 해묵은 규제와 다름 아니다. 오히려 민간기업이 관련 서비스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공공과 생산적인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