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닷넷]④ 韓 빅테크 플랫폼도 뛰어든 글로벌 ‘초거대 AI’ 경쟁
[딜라이트닷넷 이나연 기자] 오픈AI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시작으로 구글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전 세계 빅테크를 중심으로 초거대 AI 개발 경쟁이 연일 뜨거워지고 있다. 이에 맞서 국내 기업들도 AI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그 청사진이 조금씩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 가운데 AI 기술 개발 현황에 업계 관심이 쏠리는 곳은 단연 네이버와 카카오다. 양사 모두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를 각 주력 서비스와 연계하되, 무조건적인 비용 투자 대신 효율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기존 서비스들에 AI를 접목해 기능 고도화를 꾀하는 한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먼저 네이버는 지난달 24일 개최한 팀네이버 컨퍼런스 ‘단(DAN) 23’에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며 생성형 AI 시장 참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올라운드 생성형 AI 라인업도 이날 함께 공개됐다. 처음 베일을 벗은 서비스는 네이버판 챗GPT인 ‘클로바X’다.
클로바X는 업무 보고서나 자기소개서처럼 비즈니스 글쓰기에 도움을 받는 것부터 면접 연습, 고민 상담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네이버는 클로바X를 네이버쇼핑·네이버 여행과의 연계를 통해 상품이나 장소를 추천하는 능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향후 네이버 외부 서비스들도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쉽게 호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확장한다.
생성형 AI 기반 검색 서비스 ‘큐(CUE):’는 이달 중 베타 서비스를 시작으로, 오는 11월부터 네이버 검색에 순차적으로 통합 적용될 예정이다. 큐:는 커머스·로컬·페이·사용자 생성 콘텐츠(UGC) 등 다양한 네이버 서비스와의 연계가 특징이다.
예컨대, 사용자가 ‘주말에 분당에서 브런치하기 좋은 테라스 있는 식당 찾아줘’라고 질문하면 네이버 플레이스 정보를 기반으로 적합한 식당과 주요 메뉴 및 특징에 대해 요약한다. 이어서 각 식당 이미지와 영업시간, 리뷰 등 구체적인 정보들까지 한 번에 제공한다. 네이버는 쇼핑·웹툰·페이와 AI 간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쇼핑 부문에선 사용자 취향과 관심사에 집중한 초개인화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웹툰 부문에선 특정 작가가 보유한 이미지만을 생성형 AI 학습 대상으로 삼아 저작권 침해 없는 창작 툴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네이버페이도 큐:를 활용한 서비스를 모색 중이다. 네이버 검색 창에 ‘정자역 20분 거리 15억 이하 30평대 아파트 알려줘’라고 입력하면 큐:를 통해 기본 정보와 대출 정보 등을 확인하는 식이다.
카카오는 오는 10월 이후 초거대 AI ‘코GPT 2.0’을 발표하고, 이를 카카오톡 비즈니스에 먼저 접목한다. 특히 카카오는 비용 합리적인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파라미터(매개변수·외부에서 투입되는 데이터) 기준 60억·130억·250억·650억개까지 다양한 크기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다. 카카오톡에 탑재할 맞춤형 AI 또한 60억 내외 파라미터로 구성될 예정이다.
AI 서비스를 경량화하는 대신 카카오톡 사용자와 사업자들이 무료로 AI를 쓸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AI 접목을 통해 일반 사용자나 비즈니스 파트너 커뮤니케이션 영역의 시너지에 먼저 집중한다. 배달·여행·숙박 업종 등에서 지원이나 상담 예약 등이 필요할 경우, AI를 이용해 이용자들에게 더 좋은 선택과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비즈니스 파트너들의 소통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지금껏 사업자들이 카카오톡에서 취하는 소통 형식은 일대다로 이뤄지는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이었지만, AI를 이용하면 수많은 이용자에게 개인화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일대일 형식 양방향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 셈이다.
카카오 공동체 중 AI 기술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카카오모빌리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8일 개최된 테크 컨퍼런스 ‘네모(NEMO)2023’에서 회사가 보유한 AI 기술을 활용해 내년 상반기까지 모빌리티 특화 생성형 AI 엔진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엔진을 정식 도입하기 위해 카카오모빌리티는 경로배정(Routing)·운송관리시스템(TMS)·가격(Pricing)·배차 엔진 등 다양한 AI 기술을 기반으로, 자율주행‧로봇‧디지털트윈 같은 다른 AI 기술과 결합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운영 중인 AI 기반 서비스들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모빌리티 및 물류‧배송 AI 플러그인을 구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