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일자리 늘려라] 달라진 CJ, 고용·투자 '속도전'
2023년까지 10조 투자 '비전' 발표 후 연이은 대형 M&A 주요 계열사 고용 급증 불구 이재현 회장 인재 영입 '특명'
[딜라이트 장영일 기자] CJ그룹이 4대 성장엔진 발표와 함께 고용,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3일 동영상을 통해 4대 성장엔진인 'C.P.W.S.(컬처, 플랫폼, 웰니스, 서스테이너빌리티)'를 미래성장 키워드로 한 '2023 중기 비전'을 발표했다. 이 회장이 전 임직원에게 사업 비전을 직접 설명한 것은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CJ그룹은 4대 성장엔진에 2023년까지 10조원이 넘는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 이재현 회장 복귀 후 두드러진 고용 증가세
이 회장이 2017년 5월 경영 복귀한 이후 CJ그룹의 고용과 투자 시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CJ그룹 계열사들의 2018년말 기준 임직원수는 3만2735명으로, 전년(2만1133명) 대비 1년새 1만1602명 늘었다. CJ그룹의 2020년말 기준 임직원수는 5만1838명으로 매년 기록적인 고용 창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5개 주요 계열사(CJ제일제당·대한통운·프레시웨이·ENM·CGV)에서만 5년간 순증 규모가 1만여명에 달한다. 5개 계열사의 2015년말 기준 임직원수는 1만5811명에서 올해 3분기말 2만6910명으로 70.2%(1만1099명)나 증가했다. 사실상 매년 10% 이상 임직원수를 늘린 것으로 퇴직자를 제외한 실제 채용 인원은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CJ제일제당은 2015년말 임직원수가 5122명이었지만, 올해 3분기말 기준 8159명으로 59%(3037명) 증가했다. CJ ENM은 같은 기간 986명에서 3312명으로 235.9%(2326명)나 늘었다. 이외 CJ프레시웨이(2844명→6187명), CJ대한통운(5393명→6242명), CJ CGV(1466명→3010명) 등 고용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 달라진 CJ…이제는 속도전
'정중동의 대표기업'인 CJ가 달라지고 있다. 이 회장은 11년 전인 2010년 '그레이트 CJ'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번 중기비전은 10년이 아닌 3년이다.
'그레이트 CJ'는 2020년까지 그룹 매출액 100조원을 달성하고 70%를 해외 매출로 채우겠다는 비전이다. 하지만 지난해 그룹의 매출액이 30조원에 그치면서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이번 중기 비전이 발표됐을 때도 기간이 너무 짧아 이번에도 구호일 뿐이라는 의견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CJ는 빠른 실행력으로 이같은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중기 비전 발표 이후 한 달도 안돼 1조원이 넘는 인수합병(M&A) 거래를 발표했다. 이 회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제시한 웰니스와 컬처 분야에서 직접적인 투자 성과가 나오면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네덜란드 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기업(CGT CDMO)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를 2677억원에 인수하면서 레드바이오(의학·약학)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다.
또 최근 영화 '라라랜드'로 알려진 제작사 엔데버콘텐트를 약 1조원에 인수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장에 굳은 의지를 나타냈다. 이처럼 이 회장이 공격적 경영으로 4대 성장엔진의 중심 계열사에 힘을 실어주면서 중기비전에 대한 업계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기비전 선포 이후 대형 M&A를 연이어 성사시킨 것은 그간 CJ가 보여줬던 모습과 다르다"면서 "이 회장의 계획 발표 이후 계열사들이 빠르게 성과를 내놓으면서 CJ의 이번 비전 실행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 일하고 싶은 CJ…핵심은 결국 '인재'
이 회장은 지난 3일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인재"라며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보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CJ그룹의 이번 중기 비전 실행의 핵심이 최고인재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CJ그룹은 이를 위해 나이, 연차, 직급을 가리지 않는 인재발탁과 임직원이 일하는 시공간과 경력까지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Self-Design) 몰입' 환경을 제공한다. 직원 자율을 기반으로 한 업무 환경 조성을 위해 도입한 거점오피스, 재택근무제를 그룹 전반으로 확대한다.
비전 선포 이후 곧장 CJ그룹은 임직원 재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직원들은 이미 선호하는 계열사와 직군을 지원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CJ는 직원들의 면접을 통해 적절하게 인력을 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고, 일하고 싶어 하고, 같이 성장하는 CJ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