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먹통사태로 빛 바랜 구현모 대표의 신사업

AI·클라우드에 역량 집중…통신서비스 경쟁력 '의문부호' "대책 수립에 앞서 경영진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지적도

2021-10-26     장영일 기자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딜라이트 장영일 기자] 25일 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 먹통으로 전국이 마비된  이후 근본적인 원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3년 전 아현화재의 연장선에 있다면서 디지털 전환과 비용 절감에 집착한 KT에 '예견됐던 재앙'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KT의 전국 유무선 인터넷망이 전날 11시20분께부터 40분 이상 마비됐다. 통신 두절로 주식거래부터 학교, 병원, 기업 시스템 뿐만 아니라 식당과 편의점 결제 등 시민들의 일상생활까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사상 초유의 전국적인 통신장애를 두고 업계에선 일어날 일이었다는 반응이다.

KT가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비용 절감에 성공하는 듯 보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불안하다. KT가 'ABC(AI(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사업' 등 탈통신에 집착하면서 본업인 통신 사업에 상대적으로 소홀해 서비스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구현모 KT 대표는 취임 이후 주력인 통신사업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와 클라우드 등 탈통신 사업에 주력해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KT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1조1841억원을 거뒀다. 순이익은 5.6% 증가한 7034억원에 달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6월말 기준 7.9%로 전년 동기(5.82%) 대비 급등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전국적인 통신 두절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가기간통신사업자로서 체면을 구겼다. 불과 3년 전 발생한 아현화재까지 소환되면서 KT의 통신서비스에 대한 회의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018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KT 아현지사의 화재로 일대 4개구의 유무선 통신이 두절되고, 이튿날까지 복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주변 거주민과 상인들의 피해가 커졌다.

당시 황창규 회장은 "인프라의 가치를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된 만큼 아픈 과오를 씻고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이번 사태로 KT는 다시 고개를 떨궈야 했다.

전날 통신대란으로 소비자들의 분노는 서비스 해지와 보상안 문의로 이어지고 있다. 통신 관련 커뮤니티에는 'KT의 실수로 인한 문제면 위약금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KT는 아현화재 당시에는 약관과 별개로 자체 보상정책을 내놨다. 약관상 3시간 이상 통신두절이 아닌 상황에서 KT는 보상할 의무가 없지만 KT는 당시 피해를 입은 유·무선 가입 고객에게 최대 6개월치 요금을 감면해주고 소상공인에게도 장애발생 기간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해 지급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26일 유·무선 통신장애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 재발 방지 및 조속한 보상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구 대표는 "전국적으로 발생한 인터넷 장애로 불편을 겪은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조속하게 보상방안 또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KT는 사태 발생 3시간 만인 오후 2시27분에 "초기에는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로 추정했으나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고 발표했다. KT는 설비 문제나 관리자·점검 작업자의 실수 가능성 등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아현화재 사태로 인한 통신대란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라면 이번 인터넷 전국 불통은 소 잃고도 외양간도 안 고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3년 전 아현 사태 당시 초기 대응을 잘못해서 상황을 악화시킨 것과 과정이 너무 비슷하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책임은 묵과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원인 분석과 대책 수립에 앞서 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모습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