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강력 제재…과징금 강화"

배달앱 수수료에 "강력한 가격 제한 처방도 충분히 고려" 경인사무소 신설 등 인력 167명 증원 "사건 처리 더 빨리"

2025-11-23     박지선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딜라이트닷넷=박지선 기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지배력 확대를 막기 위해 과징금을 높이는 등 더 강력히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배달앱 수수료는 상한을 두는 방식의 강력한 가격 제한 처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재계의 대기업 규제 완화 바람에는 오히려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일축했다.

민생경제 회복과 인공지능(AI)·데이터 분석역량 강화를 위해 내년 1분기에 총 167명의 인력을 증원할 계획도 내놨다.

주병기 위원장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이같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최태원 대기업 규제 완화 제안에…"아직 문제 해결 안 돼, 처벌 강화해야"

주병기 위원장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막론하고,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지배력 확대 행위는 보다 강력히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시 자료 등을 관리·분석하는 체계를 더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부실채권·투자거래 등 금융 분야와 식품·의료 등 국민 생활 밀접 업종의 부당 내부거래를 집중 감시한다.

대기업의 사익편취 규제 회피 방지를 위해서는 규제 대상 지분율(총수일가 20% 이상 등)을 판단할 때 발행주식 총수에서 자사주를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중복상장을 억제하기 위해 30%인 상장회사 의무지분율을 신규 상장시엔 일반 지주회사와 마찬가지로 50%를 적용하는 방식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현행 법률을 운영하는 방식을 개선해 과징금을 좀 더 강화할 것이며, 법률 개정도 검토 중"이라며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실효적 경제적 제재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이 형벌 완화와 함께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상공회의소에서 외국 기업과 소통할 기회가 있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경제적 제재로 처리할 문제를 한국은 형벌로 처리하는 점에 상당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경제 선진화가 상당 부분 이뤄졌기 때문에 과도한 형벌 규정은 정리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재계에서 대기업 규제 완화를 제안한 것을 두고는 "해결되도록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주 위원장은 "지금까지 규제를 통해 총수일가의 잘못된 경영참여 등 문제를 해결했다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최 회장이 말했듯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시 대상을 줄여야 한다는데 이런 요청은 시대에 역행하며, 오히려 확대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총수일가가 다른 목적을 갖고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숙제"라고 일축했다.

 "배달앱 한정된 특별법 방식으로 수수료 개선"

주병기 위원장은 배달앱 분야에 한정된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시사했다.

그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이 심각한 배달앱 분야는 과도한 중개수수료와 일방적인 배달비 부담에 더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온라인플랫폼법보다는 현재 논의되는 배달앱 관련 수수료에 한정된 특별법 형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며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어 입점업체·소비자·배달기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경제학자들은 수수료를 직접 규제하는 데 부정적이지만, 자영업 시장이 한국 경제에서 중요한 소득 분배 채널이라는 것이 현실이므로 이 안에서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저임금제와 같이 강력히 가격을 제한하는 처방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온라인플랫폼법 제·개정과 관련해서는 "플랫폼 분야의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며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어 향후 국회 입법 논의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법(독점규제법)을 당장 추진할 수는 없지만, 현행법 체제에서도 규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플랫폼 시장에서 적시성 있게 실효적 조치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 세부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학계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구체화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미 팩트시트에 온라인플랫폼 규제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한다는 구절이 담긴 것에는 "너무나 당연한 원칙을 선언한 것으로, 우리가 규제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것이 아니다"라며 "항상 그렇듯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지속해 국적에 따른 차별 없는 입법과 법 집행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최근 대법원이 공정위가 제재한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 조작 사건을 파기 환송한 점에는 "자사우대와 관련해 부정적인 판결 결과가 나왔다"며 "법률 자문을 강화해 경쟁제한성 경제분석을 심층적으로 보강해 파기환송심에 대비 중으로, 추가 제도 개선 필요성도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HD현대-롯데케미칼 조만간 사전심사…석화특별법 협력 중"

주 위원장이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내년 1분기에 공정위 인력을 총 167명 증원할 계획을 밝혔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서울사무소의 경기·인천 업무를 분리, 총 50명 규모의 경인사무소를 신설할 계획이다.

AI·데이터·경제 분석과 디지털 포렌식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 23명도 새로 뽑는다.

그는 "보강된 조직과 인력을 통해 불공정행위로 생존 기로에 놓인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신속히 피해 회복을 지원하고, 조사를 받는 기업에는 빠르게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며 "사건처리의 속도감을 높이기 위한 내부 업무 프로세스 혁신 방안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글로벌 공급 과잉에 경쟁력 약화로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 재편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산 1호 프로젝트인 HD현대-롯데케미칼 기업결합은 사전 협의를 진행 중으로 조만간 사전심사도 접수될 것"이라며 "정보교환행위도 3개 산단별 주요 기업과 사전협의를 하는 등 사업재편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생산량 협의 등 경성 공동행위와 관련한 공정위 사전 인가와 관련해 "석화에 한정해 일정 조건을 충족할 시 인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석화특별법 제정에 협력해 입법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공정위도 경쟁당국 본연 역할을 소홀히 할 수 없는 만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협조에 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주 위원장은 "공정위는 경제주체 간 불균형을 보정하고 경쟁이 촉진되는 공정한 시장환경 조성을 위해 보다 강력한 성과로 국민주권정부의 공정성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중소기업, 온라인 플랫폼, 가맹사업 분야에서 을을 보호하고 협상력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는 것은 갑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갑도 더 혁신적으로 되며 을도 더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혁신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