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 언어 장벽 넘어 개인화까지…유통 '빅3' AI 서비스 진화

[딜라이트닷넷 창간 16주년] “백화점에도 AI 열풍…외국인 맞춤형 서비스로 승부”

2025-09-30     유채리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1층에 설치된 RAG 기반 차세대 AI 통번역 시스템 챗 트랜스레이션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방문객이 원하는 언어로 실시간 정보를 안내 받고 있다. [ⓒ플리토]

[딜라이트닷넷=유채리 기자] 롯데그룹,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그룹 등 국내 유통 '빅3'이 주요 유통 채널인 백화점에서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외국인 고객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번역 서비스로 언어 장벽을 낮추는 한편, 개인화된 추천과 응대까지 확장하며 AI가 단순한 접객 보조를 넘어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방한 외국인 관관객은 173명으로, 7월 기준으로 코로나 19 이전인 지난 2019년 약 145만명 수준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내수 침체 속에서 고객 확보가 절실해진 가운데 AI 투자가 빨라지고 있는 이유다.

◆ 신세계, 통번역에서 '초개인화'까지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에 38개국어를 지원하는 AI 기반 동시 통역 서비스를 도입했다. 중국어(간체, 번체, 광동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말레이어 등으로,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위한 조치다. AI가 자주 사용하는 쇼핑 관련 용어를 스스로 학습해 실시간 소통에 도움을 준다. 특히 입점 브랜드 및 편의시설 안내 등 단순 쇼핑 도움을 넘어 프로모션 정보, 불편 접수까지 가능해 외국인 고객 서비스 범위를 넓혔다.

여기에 번역 데이터를 '개인화'와 연결했다. 지난 2017년부터 고객 쇼핑 패턴을 분석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S마인드'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성별, 연령, 구매 주기 등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추천에 반영한다. 지난 1월에는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해, 기존 쇼핑 정보 추천 알고리즘을 초개인화 수준으로 고도화하는 'S-마인드 4.0'에 착수했다. 상품에서 더 나아가 여행과 예술 등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콘텐츠 추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9월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에서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사진 오른쪽)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온·오프라인 유통 AX(AI Transformation) 혁신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을 가졌다. [ⓒ롯데유통군]

◆ 롯데, AI 혁신 본격화…고객 경험으로 확장

롯데백화점도 AI 통역 서비스를 지난해 4월부터 잠실점에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문의가 많은 잠실 에비뉴엘 1층과 롯데월드몰 지하 1층 안내데스크에 설치해 총 13개 언어에 대해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국인 고객이 LED 투명 디스플레이 앞에서 본인의 언어로 질문하면, 한국어로 안내데스크 스크린에 표시가 된다. 안내데스크 직원이 이를 확인하고 한국어로 답변하면 고객이 질문한 언어가 실시간으로 변환돼 모니터에 송출되는 방식이다. 서비스 도입 1년 만에 누적 외국인 이용객 수가 수만명에 달할 정도다.

AI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최근 진행한 'CEO IR DAY'에서 신규 성장동력 확보 방안으로 리테일 테크 중심의 신사업 발굴, 육성 전략을 강조했다. 특히 AI가 업무를 주도하는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Agentic Enterprise)'를 실현해 쇼핑, MD 운영, 경영지원 분야에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서 네이버와의 전략적 업무 제휴를 맺으며 에이전틱 앤터프라이즈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을 알리기도 했다. 이를 통해 내부 혁신을 넘어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선으로의 선순환이 예상된다.

현대백화점이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 헤이디 테스트 구동 화면. [ⓒ현대백화점그룹]

◆ 현대, 생성형 AI '헤이디'로 맞춤형 쇼핑

현대백화점은 생성형 AI 기반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HEYDI)'를 활용하고 있다. 고객이 대화하듯 질문하면, AI가 답변을 해준다. 아울러 실시간 정보를 연동하고, 생성형 AI가 이를 학습해 최적화된 답변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현대백화점만의 개인 맞춤형 라이프스타일 설계 AI(Hyundai Personalized Lifestyle Design AI)'라는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처럼 전시 콘텐츠, 팝업스토어 등 정보를 추천해준다. 대화 중 마음에 드는 매장을 찾으면 예약이나 웨이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부분이 차별화 포인트다.

아울러 AI 기반 '데이터 마케팅 2.5'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신촌점에 데이터 마케팅 2.5를 시범 적용한 바 있다. 실제로 뷰티 상품을 주로 구매하는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프로모션 메시지를 발송했고 이후 뷰티 카테고리 구매객의 객단가가 전년 동기 13% 상승하기도 했다. 향후 프로젝트 로드맵에 따라 전국 점포를 이용하는 고객의 소비패턴을 분석한 타깃 마케팅을 구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