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대전환] AI 데이터센터 핵심은 연결…韓 팹리스 기회 온다
UA링크 등장에 ASIC·NPU '꿈틀'…非엔비디아 생태계 구축
[딜라이트닷넷=고성현 기자]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하이퍼스케일의 '슈퍼클러스터' 투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글로벌 진입이 더뎌지며 기회가 줄었던 국내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들이 기회를 받을지 관심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의 최대 걸림돌로 여겼던 데이터 병목을 해결할 비(非)엔비디아 진영의 연결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관련 진출 가능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마벨, 브로드컴 등 글로벌 팹리스들은 UA링크(UALink)를 기반으로 한 AI가속기 및 주문형반도체(ASIC)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4월 UA링크 컨소시엄에서 공개한 'UA링크 200G 1.0' 표준이 공개된 데 따른 개발이다. 국내 기업인 리벨리온 등도 UA링크 기반으로 연결되는 칩 개발에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UA링크는 칩과 칩(Chip-to-Chip) 연결을 지원하는 초고속 인터커넥트 기술이다. AI가속기를 수백대 규모로 연결해 막대한 용량의 AI 모델을 하나의 칩처럼 구동하고, 각 AI가속기에서 연산한 결과물을 빠르게 하나로 합칠 수 있도록 하는 '고속 통로' 역할을 한다. UA링크 1.0은 레인당 200GT/s (초당 기가트랜스퍼)의 전송 속도를 갖췄으며 4개 레인으로 구성된 하나의 스테이션 당 최대 800Gbps의 전송속도를 갖췄다.
통상 AI 데이터센터는 GPU, AI가속기가 수십개 이상 탑재된 랙(Rack)을 여러 대 묶어 구성하는 형태를 가진다. AI모델의 파라미터(Parameter, 매개변수)가 급증해 용량이 커지면서 단일~수십개 GPU로 구동이 불가능한 만큼, 이를 묶어 쓰는 형태가 일반화된 것이다.
문제는 칩과 칩 간 연결, 랙과 랙 연결에서 대역폭이나 전송속도가 느리면 그만큼 AI 모델 로딩·구동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AI 모델 구동이 늦어지면 그만큼 추론 등 서비스 제공 시간이 지연되고, 전체 데이터센터의 전력이 급증하는 등 총소유비용(TCO)도 높아진다. 엔비디아는 이를 자체 초고속 인터커넥트 기술인 NV링크(NVLink), 랙간 네트워크 연결 기술 '인피니밴드(InfiniBand)'를 통해 해결한 상태다.
그동안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Google) 등 하이퍼스케일은 이러한 엔비디아 기반의 AI시스템에 종속되는 형태를 보여왔다. 쿠다(CUDA) 기반의 개발자 생태계를 비롯해 초고속 인터커넥트·네트워크 기술을 엔비디아가 독점한 탓에 타 가속기로의 전환이 어려웠던 영향이다. 그러다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 등 자체적인 ASIC 개발이 활발해졌고, AMD·브로드컴 등 팹리스와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웹서비스(AWS) 등 하이퍼스케일이 참여한 UA링크 컨소시엄이 이같은 표준을 발표하면서 비(非)엔비디아 진영 내 확장이 가능케 된 셈이다.
AI 인프라가 세분화되면서 추론 등 다양한 세부 영역이 확대되는 점도 기회로 다가왔다.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및 학습(Training) 영역에서는 엔비디아 GPU의 높은 범용적 성능, 쿠다(CUDA) 기반의 압도적인 개발 생태계가 우위를 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추론 영역에서는 비용 절감을 통한 이익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어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윤석 리벨리온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 18일 디지털데일리가 개최한 'DIC 2025'에서 "추론 시장은 연구 영역이 아닌 사업적 영역"이라며 "연산 처리량의 규모보다 모델을 빠르게 처리하는 속도와 에너지 효율 등이 더욱 중요하다. 쿠다 생태계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옵티마이즈된, 에너지 효율을 갖춘 제품이라면 (고객사들이) 타사 제품을 쓸 용의가 큰 분야"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AI칩 반등의 트렌드는 이미 글로벌 빅테크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다. 반도체 설계자산(IP)·전자자동화설계(EDA) 도구 제공 기업인 시높시스는 지난해 말 울트라이더넷(네트워크), UA링크 IP를 공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마벨 역시 올해 6월 커스텀 UA링크 스케일업 솔루션을 공개하면서 맞춤형 ASIC을 UA링크 기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라인업 마련에 나선 상태다. 브로드컴은 네트워크 기반의 스위치 역량을 갖춘 만큼, 랙투랙 초고속 네트워크 연결을 지원하는 이더넷 스위치 스케일 업 이더넷(SUE) 라인업 '토마호크 울트라'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도 UA링크 출시로 글로벌 시장 진입 등의 가능성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버린AI 등 주요국의 자체 AI모델 구축 경향이 강해지면서 엔비디아 등 특정 생태계 종속을 꺼려하고 있고, 저전력·저비용 칩 요구와 UA링크 상용화가 맞물린 덕분이다.
리벨리온은 최근 공개한 자체 AI칩 '리벨 쿼드'를 토대로 내년 '리벨-IO'를 비롯한 커스터마이즈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른 자체 AI칩 카드와 랙 개발을 위해 PCIe 5.0 등 범용 인터커넥트나 UA링크 등 초고속 인터커넥트 IP 채택도 고려하는 상태다.
파네시아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3.0 스위치 시스템온칩(SoC)·연결 반도체 기술인 '팬링크(PanLink)'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NV링크, UA링크 등을 자체 패브릭(Fabric)에 통합해 운용하는 솔루션 개발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팹리스의 글로벌 진출은 여전히 미약한 단계로, 브로드컴·마벨·AMD 등 거대 팹리스뿐 아니라 자체 칩을 만드는 구글·AWS 등 고객사의 칩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비엔비디아 계열의 생태계가 하나씩 마련되고 있는 만큼 칩 자체의 안정적인 호환성이나 비용적 이점에서 차별화할 경우 충분히 관련 공급망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