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불나면 대처 까다로워…재발화 가능성도
CNBC "리튬이온 배터리 개선돼야 EV 안전성↑"

[딜라이트 박피터슨 기자] 전기차(EV)는 대기질 개선과 연료비 절감에 기여하며 자동차 산업의 차세대 총아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상용화 역사가 짧다 보니 화재와 관련한 조사·연구가 많이 축적되지 않은 상태다.

일반적으로 EV의 화재 발생률은 내연기관 차량보다 작다. 그렇더라도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된 경우는 발화 가능성이 크고 일단 불이 나면 열기가 강한 데다 진행속도가 빨라 위험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 채널 CNBC는 29일 각급 기관 및 연구소의 데이터 등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고 EV의 안전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최근 집계 결과 배터리 EV의 화재 발생률은 약 0.03%로 하이브리드 3.4%, 내연기관 차량 1.5%보다 현저히 낮았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EV파이어세이프(EV FireSafe)의 프로젝트 책임자인 에마 섯클리프 역시 "화재율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면서도 순수 EV의 화재사고가 드물다는 데는 동의했다.

그러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EV는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더 강하고 빠르게 진행되며 최종 진화 시까지 소모되는 물의 양도 다른 차량 화재보다 훨씬 많다고 섯클리프는 말했다.

또한 불을 일차적으로 진압했더라도 수시간 또는 수일 후에 배터리가 재발화될 수 있어 사고가 났던 차량이 옮겨진 보관소나 정비공장 등이 화재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주 로어메리온의 채스 맥가비 소방국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자신이 처리했던 '테슬라 모델S 플레이드' 화재는 열기가 너무 강렬해서 차 아래 부분 도로가 녹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맥가비 국장은 "새로운 차량들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관련된 각종 사고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상황은 거의 매일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릭 워츠맨 에너지연구소장
에릭 워츠맨 에너지연구소장

메릴랜드주 에너지연구소의 에릭 워츠맨 소장은 리튬이온 배터리 팩이 승용차를 움직일 정도로 강력한 만큼 발화에 취약한데 배터리 셀이 손상됐거나 결함이 있는 경우 발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워츠맨 소장은 "리튬이온 배터리 셀은 전극이 밀접해 합선 가능성이 크고 가연성 액체 전해질로 채워져 있다"며 "이 액체가 끓기 시작하는 소위 열폭주 상태가 되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V는 내부에 고전압 배터리의 적정 작동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 시스템이 장착돼 있으며, 이 시스템은 배터리가 얼마나 빨리 충전되고 방전되는지를 제어한다.

따라서 배터리 셀 자체뿐만 아니라 관련 시스템에 대한 개선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EV의 안전도를 높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테슬라는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 셀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포드와 폭스바겐 등 다른 주요 카메이커들도 자사의 일부 EV에 사용되는 니켈이나 코발트 제형을 LFP로 대체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와 안전 문제 전문가인 영국 뉴캐슬대의 폴 크리스텐슨 전기화학 교수는 "LFP 배터리가 훨씬 더 안전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며 "궁극적으로 순수 EV는 가솔린이나 디젤 차량보다 안전성 면에서 우월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휘발유와 및 디젤 차량의 각종 위험요소를 파악하는 데 오랜 시일이 걸렸다"며 "EV 관련 과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탐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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