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미 정재계 고위인사 두루 만나 미래사업 등 논의
최태원, 미국 방문에서 배터리 등에 61조 투자 계획 밝혀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딜라이트 장영일 기자] 글로벌 반도체 '빅2'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변하는 반도체 환경 속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은 각각 미국 출장길에 올라 현지의 정재계 고위 인사를 만나면서 직접 현안 해결에 나서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18일과 19일(이하 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정계 인사들을 만났다.

18일에는 미국 연방의회에서 반도체 투자 지원 법안을 담당하는 핵심 의원들을 만나 관련 법안의 통과 등에 대한 의회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9일엔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 방안, 연방정부 차원의 반도체 기업 대상 인센티브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 미국 내 건설할 파운드리 공장 부지도 미국 출장 과정에서 최종 정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미화 170억 달러를 투자해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협력 관계에 있는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도 연이어 만났다.

16일엔 바이오 기업 모더나의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바이오 산업 협력 확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5월 모더나와 mRNA 백신 생산 계약을 체결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8월부터 생산을 시작해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진 10월부터 한국 내에 우선 출하했다.

17일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 버라이즌 본사를 방문해 한스 베스트베리 CEO와 주요 경영진들을 만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의 5G 이동통신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또 22일엔 구글 본사를 방문해 순다르 피차이 CEO 등을 만나 시스템반도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자율주행, 플랫폼 혁명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구글은 반(反) 애플 연합의 강력한 우군이다.

구글은 삼성전자와 안드로이드 동맹을 맺고 애플 등과 경쟁하고 있다. 구글이 올 연말 생산 예정인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 6'에 들어갈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생산도 삼성전자가 맡을 확률이 크다.

이 부회장은 24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신규 파운드리 투자 전망에 관한 질문에 "투자도 투자지만 (미국에서) 우리 현장의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 되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 앞서 SK 최 회장도 미국을 찾아 전방위적 경제외교를 펼쳤다.

최 회장은 올해 5월과 10월 미국을 방문해 미래사업 논의 뿐만 아니라 민간외교 사절로의 역할도 수행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관료, 주요 기업인이 참석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3대 산업의 대미 투자 확대 및 일자리 창출, 환경 보호 등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최태원(오른쪽) SK회장이 10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사진=매코널 원내대표실)
최태원(오른쪽) SK회장이 10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사진=매코널 원내대표실)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등을 만나 SK의 친환경 노력을 전파했다. 또 2030년까지 미국에 520억달러(약 61조원)를 투자할 계획을 밝히면서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에너지 솔루션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해 탄소 감축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온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업을 점검하고, SK하이닉스가 실리콘밸리에 건립을 추진 중인 반도체 연구개발센터 진행 상황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 회장은 지난 8일 한국을 찾은 존 오소프 미국 조지아주 상원의원을 만나 경제외교를 이어갔다. SK온은 조지아주에 26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해 22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1, 2공장을 건설 중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미국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급변하고 있는 경영환경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제외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동맹국인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점검을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79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급망 자료를 요청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기아, 현대차도 자료를 제출하고 후속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반도체 대란 속에서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려는 해외 각국의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에게 일제히 환영 논평을 냈을 정도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이같은 재벌 총수들의 움직임과 관련해 "코로나19 펜데믹에 산업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등 전 세계적으로 경영 변수가 더 복잡해졌다"면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대규모 투자, 사업 등을 결정하는 오너십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면서 반도체 뿐만 아니라 미래 사업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다방면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 고객사들과 협력사들이 몰려 있는 미국은 미래에도 서로에게 첫번째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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